
『듀얼 브레인』, AI를 공동창업자로 활용하는 법
과거에는 혼자 창업하기가 쉽지 않았다. 사업 아이디어가 있어도 시장조사부터 제품 기획, 디자인, 홍보, 문서 작성, 고객관리까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다. 결국 사람을 고용하거나 외부 전문가에게 비용을 지불해야 했고, 이는 창업 초기의 자금 부담으로 이어졌다.
생성형 AI의 등장은 이러한 창업의 조건을 크게 바꾸고 있다. 한 명의 창업자가 AI를 활용해 과거 여러 사람이 나누어 하던 일을 수행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AI를 창업에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이 질문에 의외로 좋은 답을 주는 책이 이선 몰릭(Ethan Mollick)의 『듀얼 브레인』이다. 이 책은 창업 전문서는 아니다. 하지만 저자가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스쿨에서 혁신과 창업을 연구해온 교수라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책에서 제시하는 AI 활용법은 창업자에게 특히 유용하다.
『듀얼 브레인』의 원제는 『Co-Intelligence: Living and Working with AI』다. 핵심은 인간과 AI 가운데 누가 더 뛰어난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지능과 AI의 지능을 결합해 더 나은 결과를 만드는 ‘공동지능(Co-Intelligence)’에 있다.
AI는 1인 창업자의 부족한 인력을 보완해준다
창업 초기에는 해야 할 일은 많지만 사람과 돈은 부족하다. 창업자가 시장조사도 하고 사업계획서도 작성하고 마케팅 문구도 만들고 고객의 반응도 분석해야 한다.
AI의 가치가 가장 크게 나타나는 지점이다.
예를 들어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가 있다면 AI에게 예상 고객을 정의하게 하고 고객이 겪는 문제를 정리하게 할 수 있다. 경쟁 제품의 특징을 비교하거나 새로운 상품 아이디어를 제안하게 하고, 광고 문구나 SNS 콘텐츠의 초안을 만들게 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AI가 창업자를 대신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한 명의 창업자가 여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AI가 부족한 시간과 인력을 보완해주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생성형 AI는 자본과 인력이 부족한 초기 창업자에게 특히 강력한 도구가 된다.
AI를 도구가 아니라 여러 명의 가상 직원처럼 활용하라
『듀얼 브레인』에서 창업자가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AI를 단순한 검색도구로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다.
몰릭은 AI를 사람처럼 대하되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라고 말한다.
이 원칙을 창업에 적용하면 활용 범위가 크게 넓어진다.
“이 사업 아이디어가 좋은가?”라고 묻는 것보다 “20년 경력의 창업 컨설턴트 입장에서 이 사업의 약점을 찾아줘”라고 요청할 수 있다. 다시 AI에게 “보수적인 투자자의 입장에서 투자하지 않을 이유를 찾아줘”라고 할 수도 있다. 이번에는 “잠재고객의 입장에서 이 제품을 사지 않을 이유를 찾아줘”라고 요청한다.
하나의 AI를 시장조사원, 마케팅 담당자, 카피라이터, 사업 컨설턴트, 고객, 비판적인 투자자 등으로 바꾸어가며 활용하는 것이다.
사람을 채용하지 않고도 다양한 관점에서 사업 아이디어를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은 초기 창업자에게 상당한 이점이다.
창업의 모든 단계에 AI를 참여시켜라
몰릭의 첫 번째 원칙은 “항상 AI를 참여시켜라(Always invite AI to the table)”이다.
창업자에게는 매우 실용적인 조언이다.
AI를 사업계획서를 작성할 때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 발굴→시장조사→고객 설정→제품 기획→마케팅→판매→고객관리까지 창업의 여러 단계에 참여시켜보는 것이다.
그러면 AI가 어디에서 뛰어나고 어디에서 부족한지를 경험으로 알게 된다.
특히 중요한 것은 AI에게 완성된 답을 요구하는 데 그치지 않는 것이다. 창업자의 생각을 검증하는 상대로 활용할 수 있다.
“이 아이디어가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를 다섯 가지 찾아줘.”
“고객이 돈을 내지 않을 가능성은 무엇인가?”
“경쟁자가 이 사업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런 질문은 AI를 아이디어 생산기가 아니라 사업의 위험을 발견하는 비판적 파트너로 바꿔준다.
AI가 만든 사업계획보다 고객의 반응이 중요하다
하지만 여기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몰릭의 두 번째 원칙인 “인간이 과정에 남아 있어라(Be the human in the loop)”이다.
AI가 아무리 그럴듯한 시장분석과 사업계획서를 만들어도 그것이 실제 시장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존재하지 않는 자료를 제시할 수도 있고 시장의 현실과 다른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
무엇보다 AI는 실제 고객이 아니다.
AI가 “시장성이 높은 사업입니다”라고 평가했다고 해서 고객이 돈을 지불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AI가 시장조사를 도와줄 수는 있지만 실제 고객 인터뷰를 대신할 수 없고, AI가 사업 아이디어를 평가할 수는 있지만 시장검증을 대신할 수는 없다.
창업에서는 이 구분이 매우 중요하다.
AI의 답은 가설을 만드는 데 활용하고 최종 검증은 실제 시장에서 해야 한다. 고객에게 보여주고, 반응을 확인하고, 가능하면 실제로 돈을 지불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AI 시대에도 사업의 최종 심사위원은 AI가 아니라 고객이다.
AI는 작게 시작하고 빠르게 검증하는 창업을 가능하게 한다
AI가 창업에 가져오는 가장 큰 변화 가운데 하나는 실패비용을 낮춘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하나의 아이디어를 시험하기 위해 홈페이지를 만들고 디자인을 하고 광고물을 제작하는 데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했다. 이제는 AI를 활용하면 이러한 준비과정을 훨씬 빠르고 저렴하게 진행할 수 있다.
이는 창업의 중요한 원칙과 연결된다.
처음부터 많은 돈을 투자해 완성된 사업을 만드는 대신 작은 형태로 만들어 시장에 내놓고 고객 반응을 확인하는 것이다.
아이디어 A가 실패하면 B를 시험하고, 고객 반응이 예상과 다르면 제품을 수정한다.
AI의 진정한 창업 가치는 ‘성공을 보장한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실험의 비용과 시간을 크게 줄여준다는 데 있다.
그래서 AI 시대에는 대규모 자본과 인력부터 확보하는 창업보다 AI를 활용해 작게 시작하고 시장에서 검증하면서 성장시키는 ‘초경량 창업’의 가능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
AI가 창업을 쉽게 만들수록 경쟁은 더 치열해진다
그러나 AI가 창업비용을 낮춰준다는 사실에는 반대편도 존재한다.
AI는 특정 창업자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다. 누구나 비슷한 AI를 사용할 수 있다.
내가 AI로 사업계획서를 작성할 수 있다면 경쟁자도 할 수 있고, 내가 AI로 광고 문구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면 경쟁자 역시 할 수 있다.
결국 AI 때문에 창업하기는 쉬워지지만 차별화하기는 오히려 어려워질 수 있다.
그래서 앞으로 창업자의 경쟁력은 “AI를 사용한다”는 사실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어떤 고객의 문제를 발견하는가, 자신의 경험과 전문성을 어떻게 사업에 연결하는가, AI가 만들어낸 여러 선택지 가운데 무엇을 선택하는가, 고객의 반응을 얼마나 빠르게 사업에 반영하는가가 더욱 중요해진다.
AI가 강해질수록 창업자의 경험과 판단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차별화의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지금의 AI보다 훨씬 강력한 AI를 전제로 창업하라
몰릭의 네 번째 원칙은 “지금 사용하는 AI가 앞으로 사용할 AI 가운데 가장 성능이 낮다고 생각하라(Assume this is the worst AI you will ever use)”이다.
AI 창업자에게는 특히 중요한 원칙이다.
현재 AI가 하지 못하는 일을 기준으로 사업의 미래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사람이 해야 하는 시장조사, 코딩, 디자인, 영상 제작, 고객상담 등의 상당 부분을 앞으로 AI가 더 잘 수행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특정 AI 기능 하나에 의존한 사업은 AI가 발전하면서 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다.
AI 창업자는 “현재 AI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와 함께 “AI가 지금보다 열 배 좋아져도 이 사업은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AI 기능 자체보다 고객, 브랜드, 데이터, 전문성, 신뢰, 네트워크처럼 쉽게 복제되지 않는 경쟁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AI는 공동창업자가 될 수 있지만 CEO가 되어서는 안 된다
『듀얼 브레인』을 AI 창업의 관점에서 읽으면 책의 네 가지 원칙은 하나의 창업 원칙으로 모인다.
AI를 가능한 모든 과정에 참여시켜라. AI에게 필요한 역할을 부여하라. 그러나 인간은 반드시 판단 과정에 남아 있어라. 그리고 지금보다 훨씬 뛰어난 AI가 등장할 미래를 전제로 사업을 설계하라.
AI는 시장조사원도 되고 기획자도 되고 마케터도 되고 비판적인 사업 컨설턴트도 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AI는 자본과 인력이 부족한 창업자에게 ‘공동창업자’에 가까운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사업을 할 것인지 결정하고, 실제 고객을 만나고, 위험을 감수하고, 최종 결정을 내리고 그 결과에 책임지는 사람은 창업자다.
그래서 『듀얼 브레인』이 AI 창업자에게 주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역설적이다.
AI를 최대한 많이 활용하라. 그러나 사업의 주도권까지 AI에게 넘기지는 마라.
AI 시대의 강한 창업자는 AI 없이 모든 것을 혼자 하는 사람도, 모든 것을 AI에게 맡기는 사람도 아니다. 자신의 경험과 판단에 AI의 능력을 결합해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빨리 실행하고, 실제 고객을 통해 끊임없이 검증하는 사람이다.
그것이 『듀얼 브레인』을 단순한 AI 활용서를 넘어 AI 창업자에게 매우 유용한 책으로 읽어야 하는 이유다.
핵심 정리
『듀얼 브레인』은 창업 전문서는 아니지만 AI 시대의 창업자에게 필요한 기본적인 사고방식을 제공한다. AI를 여러 명의 가상 직원처럼 활용하면 적은 인력과 자본으로 사업을 시작하고 더 많은 아이디어를 시험할 수 있다.
그러나 AI는 가설과 선택지를 만들어주는 도구이지 시장의 정답을 알려주는 존재가 아니다. AI로 작게 만들고 빠르게 실행하되 최종 판단은 인간이 하고, 성공 여부는 실제 고객에게 검증받아야 한다.
AI는 공동창업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사업의 CEO는 여전히 인간이어야 한다.
<관련 글>
AI로 혼자서도 창업할 수 있을까? 『AI로 7일 만에 사업 시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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